화이트 LED 패널이 천장 전체를 덮고 있었다. 차가운 빛이 크롬 포디움의 가장자리를 따라 미끄러지듯 흘렀다. 한도윤은 그 광택을 손가락 끝으로 스치며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손등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강하게. 공기가 건조했다. HVAC 시스템에서 새어 나오는 신축 공사 먼지의 금속성 맛이 혀끝에 스며들었다. 검은 대리석 바닥은 그의 맞춤 정장 자락을 또렷이 비추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의 건조한 클릭 소리가 연속적으로 터졌다. 클릭, 클릭, 클릭. 마치 심장을 겨누는 총성처럼.
한도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청담동 재개발 프로젝트 기자회견. 이곳은 전쟁터였다. 그는 그 사실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강디벨롭먼트를 포식자로 낙인찍어야 했다. 가문의 충성 테스트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는 반드시 서사를 장악해야 했다.
“청담의 미래는 주민의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홀 전체에 울렸다. 낮고, 단호하며, 완벽하게 계산된 톤이었다. “그러나 강디벨롭먼트는 그 삶을 숫자로만 환산하고 있습니다. 강제 수용, 부풀려진 보상 약속, 그리고 결국 주민을 거리로 내모는 계약서.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상생’입니까?”
기자들은 분주히 펜을 움직였다. 한도윤의 시선은 객석 한가운데,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오른쪽, 강시현이 서 있는 자리를 향했다. 강시현은 이미 포디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넥타이는 완벽한 매듭이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눈에 닿지 않았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마치 칼날을 숨긴 칼집 같았다.
한도윤의 시선이 강시현의 목덜미로 미끄러졌다. 넥타이 매듭 아래, 가느다란 목의 곡선. 맥박이 뛰는 자리. 그는 그 자리를 응시하면서도 말은 계속했다. “한바이오는 투명한 재정 구조와 주민 참여를 보장합니다. 우리는 파괴가 아닌 재탄생을 원합니다. 강디벨롭먼트의 방식은 포식입니다. 그들은 땅을 삼키고, 사람을 뱉어냅니다.”
강시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그의 구두 굽이 대리석을 치는 소리가 짧고 날카로웠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한도윤은 그 손의 정맥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목. 그리고 입술. 강시현의 입술이 열렸다.
“흥미로운 주장이군요, 한도윤 씨.” 강시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아래 강철이 있었다. “한바이오가 투명하다고요? 그렇다면 청담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의 출처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우회 투자, 장부에 잡히지 않는 차입금,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이주 비용의 불투명성. 한바이오의 재정은 유리알처럼 맑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개가 낀 강물과 같습니다. 누가 무엇을 삼키는지 보이지 않죠.”
카메라 셔터가 더 빠르게 울렸다. 클릭클릭클릭. 한도윤의 손가락이 마이크를 더 세게 조였다. 관절이 하얗게 드러났다. 그는 강시현의 목을 응시했다. 그 목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방식을. 낮고, 달콤하며, 동시에 독이 든 것처럼. 강시현은 포디움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미소가 입술에 머물러 있었다. 눈에는 닿지 않은 채. 그러나 그 시선은 한도윤의 입에 한 박자 더 오래 머물렀다. 너무 길어서, 방 안의 공기가 순간 뜨거워지는 듯했다.
한도윤의 속이 타올랐다. 적대. 욕망. 그 둘은 이미 구분되지 않았다. 압구정 프라이빗 클럽에서의 그 밤이 떠올랐다. 은밀한 입맞춤. 스캔들로 폭로된 그 순간. 서로를 파멸시키라는 가문의 명령.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도, 그들의 시선은 서로를 집어삼킬 듯 얽혀 있었다.
“데이터가 있습니까?” 한도윤이 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으나, 그 아래에 열기가 끓고 있었다. “강디벨롭먼트가 제시하는 ‘데이터’라는 것들이, 사실은 조작된 보고서와 매수된 감정평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걸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커뮤니티를 해체합니다. 집을 뺏고, 상권을 죽이고, 그 자리에 유리와 철근의 탑을 세우죠. 포식자의 방식입니다.”
강시현이 웃었다. 이번엔 조금 더 깊이. 그러나 여전히 눈은 차갑다. “포식자. 그 단어가 참 잘 어울리네요. 한도윤 씨에게.” 그는 한 발 더 다가섰다. 두 포디움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듯했다. 검은 대리석이 그들의 정장을 비추었다. 나란히, 대립하듯. “한바이오의 불투명한 자금줄이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 부실 공사 위험, 그리고 은폐된 비리. 당신들의 재정은 주민의 피를 먹고 자랍니다.”
한도윤의 시선이 강시현의 목에서 입술로, 다시 눈으로 옮겨갔다. 상호 인정의 불꽃이 거기 있었다. 서로를 얼마나 깊이 연구했는지. 서로의 약점을, 욕망을, 어두운 구석을. 강시현의 시선이 다시 한도윤의 입에 머물렀다. 한 박자. 두 박자. 너무 길었다. 기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한도윤은 알았다. 그 시선의 무게를. 그 속에 숨은 허기를.
“당신의 데이터는 선택적입니다.” 한도윤이 반격했다. “강디벨롭먼트가 지난 5년간 추진한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이주한 주민의 재취업률, 보상금 수령 후 파산 비율, 그리고 당신 가문이 취득한 인접 토지의 시세 차익. 그 숫자들을 공개하시죠. 포식의 실체를.”
강시현의 미소가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몸을 기울였다. 마이크에 더 가까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한 가지 공개하겠습니다. 10년 전, 한 가문의 개인 토지 거래.”
공기가 얼어붙었다. 셔터 소리가 순간 멈춘 듯했다. 한도윤의 손가락이 마이크를 거의 부러뜨릴 듯 조였다. 하얗게 질린 손등. 그의 시선은 여전히 강시현의 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강시현이 계속했다. 목소리는 차분하나, 모든 단어가 칼날처럼 날아왔다. “청담동 일대, 당시 재개발 예정지 인근의 소규모 필지. 한 가문의 명의로 저가에 매입된 후, 불과 2년 만에 프로젝트 경계에 포함되며 가치가 폭등.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정보 이용 의혹, 그리고 그 이익이 한바이오의 초기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 한도윤 씨, 당신 가족이 직접 손을 댄 거래입니다. 투명성? 그 거래부터 설명하시죠.”
한도윤의 속이 뒤집혔다. 가문의 비밀. 10년 전의 그 거래. 그가 아직 후계자로 완전히 자리 잡기 전, 아버지와 삼촌들이 처리한 일. 강시현이 그걸 어떻게. 얼마나 깊이 파고든 것인가. 서로를 파멸시키라는 명령 아래, 그들은 이미 서로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칼날이 서로의 살에 닿는 순간, 이상한 전율이 일었다. 인식. 상호 허기의 확인.
한도윤은 대본을 버렸다. 날것의 반격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거래를 운운하는 당신이, 강디벨롭먼트의 2014년 압구정 일대 토지 강제 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합의’ 문서를 기억합니까? 주민 대표를 매수하고, 반대 세력을 고립시킨 그 방식. 당신 아버지가 직접 서명한 계약서의 부속 조항, 그리고 그 후 당신 개인 명의로 취득한 인근 상가 건물. 강시현, 당신은 내 가문의 과거를 파헤치면서, 정작 자신의 그림자는 못 보는 겁니까?”
강시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미소는 여전했다. 그러나 그 미소가 한도윤의 입에 다시 오래 머물렀다. 인식의 불꽃. 서로를 얼마나 철저히 연구했는지. 서로의 욕망의 형태까지. 한도윤은 강시현의 목을 보았다. 삼키는 동작. 그 목의 움직임이 자신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손등의 하얗게 질린 뼈. 마이크의 차가운 금속. 먼지 맛. 셔터 소리.
“당신은 나를 잘 아는군요.” 강시현이 낮게 말했다. 마이크에 닿을 듯 말 듯한 목소리. “나도 당신을. 한도윤. 당신의 그 시선이 내 목을 따라올 때,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당신이 내 입을 볼 때.”
한도윤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오직 둘만의 공간이 생긴 듯했다. 적대. 계약. 그리고 그 아래에 끓는 집착적인 욕망. 돌이킬 수 없는 윤리적 딜레마의 문턱. 주민을 위험에 빠뜨릴 비리 은폐와, 서로를 파멸시키라는 충성 테스트. 그 사이에서 그들은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당신은 내 가문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한도윤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는 그 목소리를 홀 전체에 실어 날랐다. “정작 당신 자신이 가장 위험한 변수라는 걸 압니까? 강시현. 당신이 내 앞에 서 있는 이 순간부터.”
강시현이 포디움에서 한 발 물러났다. 미소가 깊어졌다. 눈에는 여전히 닿지 않은 채. 그러나 시선은 한도윤의 입술에 다시 한 번, 너무 오래 머물렀다. 그는 몸을 돌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마이크에서 살짝 벗어나 한도윤의 귀에만 들릴 듯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대화는 오늘 밤, 압구정 프라이빗 클럽에서.”
그 말이 공기를 갈랐다. 한도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강시현의 뒷모습. 완벽한 정장의 선. 목덜미의 곡선. 그가 홀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동안, 검은 대리석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카메라 셔터가 폭발적으로 터졌다. 클릭클릭클릭클릭.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한도윤 씨! 10년 전 거래에 대한 입장은!” “강시현 씨의 주장에 반박은!” “두 분의 관계는—”
한도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이크를 쥔 손이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시선은 강시현이 사라진 출구를 향했다. HVAC의 금속성 먼지 맛이 더 짙어졌다. 크롬 포디움의 차가운 광택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화이트 LED 아래, 모든 것이 날카로웠다. 청담의 칼날. 서로를 향해 겨눠진.
오늘 밤. 압구정. 프라이빗 클럽. 은밀한 입맞춤이 스캔들로 폭로된 그곳. 가문의 명령과 윤리적 딜레마 사이에서, 그들은 다시 마주할 것이다. 한도윤의 입술이 달싹였다. 욕망이 타올랐다. 적대적이면서도, 돌이킬 수 없이 이끌리는. 그는 강시현의 목덜미를, 그 목소리를, 그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손등의 하얀 뼈를 내려다보았다.
기자들이 그의 주변을 에워쌌다. 플래시가 터졌다.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도윤의 귀에는 오직 그 낮은 중얼거림만이 남아 있었다. 진짜 대화는 오늘 밤. 그는 천천히 마이크에서 손을 뗐다. 손가락이 저렸다. 대리석 바닥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강시현의 부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청담의 칼날은 이미 뽑혀 있었다. 그리고 그 칼날은, 서로를 향해 있었다.